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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진정 홀로 된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12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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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이라는 이 영화는,

구속받는 걸 싫어하는 아론이라는 남자가, 

인적이 극히 드문 그랜드캐니언 공원에서,

바위에 손이 낀 채로 옴짝달싹 못한 채 홀로 127시간을 보낸다는,

일종의 개인재난 영화다.

이 영화 127시간의 무서운 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래는 스포가 있습니다.

바위에 손이 끼었다. 손을 뺄 수 없다. 핸드폰은 무용지물인 곳이다.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도와달라고 아무리 악을 써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정말 끔찍한 상황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주인공은 그저 광활한 자연을 만끽하려고 온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벗어나려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칼로 바위를 부숴보려고 하고, 주변에 있던 돌로 바위를 부수려 하고, 맨몸으로 바위를 밀어 보기도 하고, 도르래를 이용해서 바위를 들어보려고도 한다.

모두 실패한다.

그러면서 음식도 떨어지고 물도 바닥난다.

이대로는 굶어 죽을 상황이다.

 

주인공은 살기 위해 마지막 남은 방법을 택하려 한다.

바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팔을 자른다는 선택이 쉽지 않다. 일단 그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가. 만약 팔을 잘라냈는데 구조자를 만나게 된다면 어쩔 것인가. 막상 팔을 자르다 죽는다면...

 

이 영화는, 진짜 혼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주인공 아론은 혼자가 좋아서 부모님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여동생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전 여자친구에게는 평생 외롭게 살라는 말을 듣고 차였다.

아론은 혼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란 얘기다.

그랬던 아론이 자신의 팔을 자르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나 좀 도와달라고,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아론의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요 몇 년 사이에 혼밥, 혼술이 유행이다. 그리고 결혼도 포기하고, 연애도 포기하고, 인연 맺는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해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가졌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그 시간에, 좀 더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나의 미래를 위해, 나에게 투자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런 생각을 가졌던 나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한 번쯤은 다른 생각을 하게 해줄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 `나는 혼자`라고 하면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혼밥하는 사진이나 혼술 하는 사진 등을 올리면서.

그들은 혼자가 아니라고 본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

과학의 발달로 인해 그저 소통의 방법이 달라진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난 진정한 혼자가 되고 싶어, 라고 한다면 이 영화를 한 번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의 재미는, 

광활한 그랜드캐니언의 자연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

주인공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점점 변화해가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잘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액션도, 애틋한 로맨스도 없다. 

그닥 재미는 없다는 얘기다.

또 팔을 자르는 장면은 좀 끔찍하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조금 재밌는 장면은 있다.

바위에 손이 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은, 초반에 만났던 여자의 사진을 본다.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가 드러나는 사진이다. 그 사진을 클로즈업한다. 그것을 유심히 보다가 상상에 빠지고, 바위에 끼지 않은 나머지 손으로 바지의 지퍼를 만진다.

주인공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 거기서 멈춘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다 보니, 칠 수는 없었을 거다.

그러나 곧바로, 주인공 아론은 카메라를 등진 채 칼과 돌로 바위덩이를 탁탁탁 친다. 악을 쓰면서, 맹렬한 탁탁탁 소리를 낸다.

아론은 쳤지만 치진 않은 것이다.

심각한 영화인데, 감독의 장난 같아서 살짝 피식했다.

정말, 극한 상황에 갇힌 인간의 모든 욕망을 보여준 대단한 연출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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