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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명탐정 피카츄는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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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피카츄는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초딩 5인 조카랑 같이 명탐정 피카츄를 봤다.

한 2~3년 전의 조카는, 포켓몬 도감을 종이가 닳을 때까지 보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유치하다고 안 보던 포켓몬을,

영화가 나온다고 하니 좀 기대를 했던 모양이었다.

어른인 척하지만 아직 겁 많은 우리 초딩 조카, 영화 명탐정 피카츄 보는 내내 무섭다고 했다.

이 영화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 주인공은 아동 만화에 나오는 동물인데, 영화의 분위기는 살인 미스터리 영화다.

게다가 피카츄는, 아저씨 목소리로 아저씨 같은 대화를 하고 아저씨 같은 농담을 한다.

이 영화의 타깃은 아이가 아니었다. 전체관람가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의 영화가 전혀 아니다.

영화 속 피카츄는, 아이들이 반가워하던 그 피카츄가 아니다.

 

그래, 조카는 영화에 재미를 느끼기 글렀고, 그럼 나라도 재밌게 보지 뭐, 했다.

안 그래도 영화의 사람 주인공은 갓 성인이 된 남자애다.

이름은 팀 굿맨으로, 모든 인간이 포켓몬 한 마리와 파트너를 맺는 세계에서 혼자만 파트너(포켓몬) 없이 지내려 한다.

한때는 포켓몬 트레이너까지 꿈꿨었는데, 어떤 계기로 포켓몬을 멀리하게 된 사연이 있는 남자다.

포켓몬과 팀 굿맨

줄거리는,

팀 굿맨의 아빠 해리 굿맨이 사고로 사망한다. 

팀의 엄마가 오래 전 사망한 이후, 팀은 아빠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다.

그래서 아빠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지도 않는다. 빨리 유품을 정리하고 떠나고 싶은 생각 뿐이다.

 

팀의 아빠 해리는 생전에 유능한 탐정이었고 파트너 포켓몬은 피카츄였다.

팀이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러 사무실로 갔을 때, 파트너 피카츄가 나타난다.

`명탐정 피카츄` 영화의 세계관에서는 포켓몬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원작 만화도 똑같다)

그런데 아빠의 파트너 피카츄가 아재 같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팀은 자신하고만 말이 통하는 피카츄에게 한 번 놀라고,

아빠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했고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더욱 놀란다.

 

자신이 유능한 탐정이라고 말하는 피카츄와 정말 아빠가 살았있다고 믿고 싶은 팀,

둘은 team이 되어 아빠의 실종 사건을 파헤쳐가고,

도중에 CNN 인턴 기자인 예쁜 여자애와도 team을 이루어,

아빠의 실종 사건 속에,  전설의 포켓몬 뮤츠, 그리고 그 배후에는 대기업 총수 부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래는 약 스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타깃이 어린이들이 아닌 어른들이라면,

솔직히 이런 흔하고 뻔한 스토리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애들 영화로 만들던가!)

 

자칭 명탐정이라고 하는 피카츄는,

진실을 파악하는 데 아주 쉽고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과거를 그대로 볼 수 있는 홀로그램을 직접 보고,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것이다.

추리가 아닌 과거를 직접 보는 홀로그램,

그리고 사람 목숨 위험한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아, 기억났어, 하는 건 정말 너무 쉬운 설정이다.

명탐정이라면서?? 추리는 못하고 기억에 의존하는 명탐정이시다.

 

또 장애를 앓고 있는 대기업 총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를 개무시하는 총수 아들,

둘 중에 누가 범인인지,

한 명을 범인으로 몰아가다가 나중에 짜잔, 하고 원래는 얘가 진짜 범인이야 하는 반전은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다.

게다가 젊고 건강하고 아버지를 싫어하는 아들,

나이가 들어 휠체어에 신세를 져야만 하는 아버지,

둘 중에 누가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뻔하지 않은가...

 

게다가 신적인 존재 뮤츠의 등장으로 사건이 해결되어버리는 결말은,

고대 연극에서나 쓰던 정말 손 쉬운 결말 중에 하나다. 

팀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어쨌든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린 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린 건 뮤츠다.

 

포켓몬이라는 좋은 원작 만화를 가져다놓고서, 

이도 저도 아닌, 애들 타깃도 아니고 어른 타깃도 아닌 킬링타임용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차라리 애들을 타깃으로 해서 유치하게 만들면,

아 어차피 애들 만화니까, 하면서 그냥 재밌게 봤을 거다.

만화는 원래 유치한 맛에 보는 거니까.

 

그렇다고 영화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나름 괜찮아진 설정도 있다.

바로 포켓몬의 대결(싸움)을 미화시키지 않은 것이다.

기존 원작 만화에서 포켓몬들은 인간의 명령으로 싸움을 한다.

포켓몬과 포켓몬이 싸우고, 인간과 인간이 명령을 한다.

포켓몬은 대결 중에 심하게 다칠 수도 있지만, 주인인 인간을 위해 죽어라 열심히 싸운다.

싸우는 건 포켓몬들인데, 명성을 얻는 건 명령만 하던 인간들이다.

여기에 인간과 포켓몬의 우정이라면서 온갖 미화를 해대는데,

나는 볼 때마다 저게 투견하고 뭐가 다른가 싶었다.

이 영화에서는 그 미화가 사라졌다.

영화 속에서 포켓몬들간의 격투장이 나오긴 하는데, 불법 격투장으로 나온다.

 

그리고 시종일관 인상을 팍 쓰고 아저씨 목소리로 말하는 피카츄는, 나름 매력이 있다.

(우리 조카는 이상하다 했지만)

피카츄는 계속 잘난 척을 해대다가도, 인간이 쓰다듬을 때는 귀엽고 깜찍한 얼굴로 녹아버린다. 

목소리는 아재 목소리지만 귀여운 외모는 어쩔 수 없다 ㅎㅎ

 

또 만화로만 보던 각종 포켓몬들의 CG는 나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유명한 포켓몬들부터 시작해서 처음 보는 왕 거대한 포켓몬들까지,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영화 마지막에, 아빠의 영혼이 빠져 나온 진짜 피카츄가 등장한다.

(목소리란 건 참 희한하다. 진짜 목소리로 피카피카 하는 피카츄가 등장하자, 방금 전까지 어색하기만 했던 피카츄가 확 귀여워졌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피카 피카, 하는 피카츄야말로 아이들이 기대하는 진짜 피카츄다. (나 또한)

기대감은 별로 없지만, 혹시나 후속편이 나온다면 진짜 피카츄가 나와야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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