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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후기

호텔 델루나 아이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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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델루나 아이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1, 2화 방송되었다.

시청률이 7%가 넘은 걸로 보니 꽤나 기대작이었나 보다.

 

호텔 델루나는,

장만월(아이유)이라는 인물이 이승에서 죄를 지은 후에,

그 벌로 영혼들을 위로하는 달의 객잔(=호텔 델루나)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1화 초반,

신적인 존재가 나와 장만월에게 벌을 내린다는 식으로 달의 객잔을 넘겨준다.

이게 과연 벌일까?

영원히 살 수 있고, 호텔 주인에 돈도 많아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있고,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능력도 지녔다.

이게 왜 벌인지 나는 납득이 좀 안 된다.

 

호텔 델루나가 도깨비와 비슷하다는 기사를 봤다.

내용 자체는 다르지만,

신적인 존재가 주인공에게 영원한 생을 준다는 설정은 똑같고,

배경 분위기도 도깨비와 많이 흡사하다.

 

도깨비에서는 신과 공유가 내기를 하고, 공유가 그 내기에서 이겨 영생과 능력을 부여 받는다.

공유는 그 과정에서 짐승에게 물어 뜯기기도 하고 성불도 못한 채 이승의 칼에 묶여 있는 고통을 당했다.

 

그러나 호텔 델루나에서의 장만월은,

벌 같지도 않은 벌을 받았다고 하면서 그 큰 능력과 재산을 부여받는다.

죄를 지었음에도, 노력을 안 했음에도, 왜 벌을 가장한 상을 받은 걸까.

주인공이니까...

호텔 델루나는,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가장 편한 방법을 취한다. 

갈등도 없이, 주인공이니까 일단 주고 시작하는 거다. 

장만월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갈등이라는 드라마의 매력을 배제해버린 거다.

 

장만월은 구찬성(여진구)을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으로 삼으려 한다.

호텔 델루나의 세계관에서는, 호텔에 반드시 살아 있는 인간이 한 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찬성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장만월을 피해 다녔고, 본인도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이 될 생각이 없다.

구찬성의 목표는 영혼, 귀신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인간 세계의 호텔에서 근무해 성공하는 거다.

그런 그가 장만월에게, `당신은 원귀냐, 아니면 후회를 하고 있느냐` 같은 대사를 굳이 던진다.

1, 2화에서 구찬성이라는 캐릭터의 목표는, 귀신을 안 보게 되는 것이고, 장만월에게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구찬성이 장만월에게 호기심을 보였다는 것은, 그 스스로가 자신의 목표에 반대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캐릭터 설정이 어긋난다.

이 어긋난 캐릭터 설정 때문에, 구찬성은 말로는 호텔 델루나가 싫다고 하면서, 장만월이 시키는 일은 투덜대면서도 다 한다.

현실에서의 인간은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지만,

극 중 캐릭터가 멋대로 행동하려면 분명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구찬성에게 동기는 없어 보인다.

장만월이 슬퍼했던 과거의 장면으로 추측해 보면, 아마 구찬성과 전생에 인연이 있던 걸로 보이고, 

구찬성은 운명이나 영혼의 이끌림이라는 비논리적인 설정으로 행동한 거라 얼버무려질 거다.

구찬성은 장만월이 지닌 목표를 따라가기 위해서, 그저 재료로 소모되는 상황인 거다.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함께 이끌고 나가야 되는데,

한 명의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다른 한 명의 캐릭터가 무너지는 상황.

그로 인해, 구찬성이 뜬금없이 원귀에게 목숨을 위협당하고, 장만월이 뜬금없이 나타나 구찬성을 구해주는 인과관계없는 장면이 등장한다. 

(장만월이 구찬성을 속이기 위한 연극이라고 하면 나을 텐데, 원귀의 영혼이 재로 된 걸로 보아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설정상 사소한 구멍이 있더라도,

드라마는 재밌기만 하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갈등이 쏟아져나온다면 드라마는 재밌어질 거다.

그러나 호텔 델루나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장만월에게 가슴 아픈 과거가 있고, 그것이 구찬성의 전생과 엮여 있을 것이고, 현생에서 갈등이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아이유 연기에 대한 논란도 있다.

나는 아이유 드라마를 처음 봤다. 

꽤 흥행한 드라마가 있지만 별로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어서 보지 않았다.

연기력 논란이 있을 때, 드라마가 그 정도 흥행했으면 연기는 어느 정도 하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배역이 어울리지 않다는 의견은 제쳐두고, 이번 호텔 델루나에서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화 초반에 대사 전달력이 너무 떨어졌다.

1화 초반에, 아이유는 당장 죽고 싶은 심정으로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는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그런 기분이라면, 말을 또박또박하진 않을 거다.

대사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감정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영상매체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사 전달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는 짜증나는 상황이 올 테니까.

계속 대사 전달이 안 된 건 아니다.

1화 초반 이후부터는, 대사 전달이 잘 됐다. 애초에 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마 아이유는 대사 전달보다 감정 전달을 우선한 게 아닐까 싶다.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해서 조연들과 단역들이 소모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주인공이나 안타고니스트를 소모하는 경우에는 이야기의 힘이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아이유가 매력적이라 생각하지만, 

아이유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드라마라는 느낌이기에 호텔 델루나 자체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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